[교토 여행] 악연은 가라! 인연을 끊고 맺어주는 교토 이색 신사 ‘야스이곤피라궁’ 방문기

교토는 수천 개의 사찰과 신사가 자리한 도시입니다. 그중에서도 오늘 제가 소개해 드릴 곳은 일반적인 신사와는 사뭇 다른, 조금은 기묘하고도 신기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곳입니다. 바로 ‘악연을 끊고 좋은 인연을 맺어준다’는 야스이곤피라궁(安井金比羅宮)입니다.

야스이곤피라궁(安井金比羅宮)은 일본어로는 ‘야스이곤피라구’라고 발음합니다. ‘야스이곤피라 진자(=신사)’라고도 합니다. 이 글에서는 한자 을 한국인들은 궁이라고 발음하기 때문에, 야스이곤피라궁이라는 이름으로 소개하겠습니다.

교토 이색 신사 중 한 곳인 야스이곤피라궁 경내 사진입니다.
교토 이색 신사 중 한 곳인 야스이곤피라궁 사진 입니다.
이 사진은 야스이곤피라궁 경내 사진입니다.
사진의 오른쪽 아래에 보이는 사람의 키만한 바위는 이곳에서 가장 중요한 바위입니다.
이 바위에 본인의 소원을 적은 부적을 붙인 후 바위 아래에 있는 구멍으로 통과하면서 소원을 빕니다.


1. 고베에서 교토까지, 야스이곤피라궁 가는 방법

저는 이번 여정을 고베 산노미야에서 시작했습니다. 산노미야에서 오사카 우메다를 거쳐 교토의 중심가인 교토 카와라마치역까지 ‘한큐전철’을 이용했습니다. 한큐전철 특유의 진한 밤색 열차를 타고 창밖 풍경을 즐기다 보니 어느새 교토에 도착했습니다.

교토 카와라마치역에서 내려 야스이곤피라궁까지는 도보로 약 10분 정도 걸립니다. 교토의 정취가 느껴지는 골목들을 구경하며 걷다 보면, 기온 거리가 끝나는 지점에 조용히 자리 잡은 신사의 입구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2. ‘인연을 끊는다’는 것의 의미: 도리이에 적힌 글귀

신사 입구에 들어서면 커다란 도리이가 반겨줍니다. 그곳에는 이곳의 정체성을 한 문장으로 요약한 글귀가 적혀 있습니다. “악연을 끊고, 좋은 인연을 맺어주는 기도처(悪縁を切り良縁を結ぶ祈願所).”

보통 신사라고 하면 ‘복을 빌거나’, ‘합격을 기원하거나’, 혹은 ‘좋은 인연을 맺어달라’는 긍정적인 기도를 하는 곳으로 생각하기 마련입니다. 그런데 ‘인연을 끊어달라’는 기도를 하는 곳이라니, 처음에는 그 문장이 주는 생경함에 고개가 갸우뚱해졌습니다.

“누군가와 인연을 끊고 싶다는 마음을 신사에서 빌 정도로 간절한 사람들이 많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교토 이색 신사 야스이곤피라궁의 입구에 있는 도리이 사진입니다.
교토 이색 신사 야스이곤피라궁의 입구에 있는 도리이 사진입니다.
왼쪽 사진은 정면 도리이 사진입니다. 도리이에 일본어로 “악연을 끊고, 좋은 인연을 맺어주는 기도처(悪縁を切り良縁を結ぶ祈願所).”라는 문구가 적혀 있습니다.
오른쪽 사진에 보이는 도리이 또한 신사 입구인데, 위치상 후문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 후문 왼쪽에 있는 비석에 적혀있는 한자는 ‘야스이신사(安井神社)’라고 적혀있습니다.


3. 일본 현지인 친구가 들려준 놀라운 ‘효과’ 이야기

이번 방문은 일본인 친구와 함께했는데, 친구는 제 의구심을 단번에 해결해 주는 실제 경험담을 들려주었습니다.

친구는 이전에 다니던 회사에서 본인과 너무나도 맞지 않는 동료 때문에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합니다. 매일 아침 출근이 지옥 같았고, 인간적으로 관계를 끊고 싶었지만 직장이라는 특성상 내 맘대로 되지 않아 고민하던 중 이곳 야스이곤피라궁을 찾아와 기도를 했다고 하더군요.

그런데 신기하게도 기도를 마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그 동료가 갑자기 다른 부서로 발령을 받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관계가 정리되었다고 합니다. 친구는 그때의 경험 때문에 이곳의 영험함을 굳게 믿고 있었고, 이번에도 새로운 소원을 빌기 위해 저와 함께 온 것이었습니다.

무슨 소원을 빌었냐고 묻자 대답을 피하기에, 저는 농담 삼아 “설마 나와 인연을 끊고 싶어서 온 건 아니지?”라고 우스갯소리로 물었습니다. 친구는 크게 웃으며 “악연을 끊는 기도도 했지만, 새로운 인연을 만나는 기도도 했어. 올해는 꼭 좋은 인연을 만나서 예쁜 연애를 하고 싶다는 기도를 했어”고 답했습니다.

친구의 이야기를 듣고 보니, 우리 삶에는 정말 끊어내고 싶은 악연(사람뿐만 아니라 질병, 나쁜 습관 등)이 있고, 그것이 해결되어야 비로소 좋은 인연이 들어올 자리가 생기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야스이곤피라궁 내부에 소원을 적은 여러가지 흔적들입니다.
야스이곤피라궁 내부 사진입니다.
이곳 경내 곳곳에는 이렇게 사람들이 소원을 빌었던 여러가지 흔적들이 보입니다.


4. 기묘하고 신비로운 풍경: 소원의 바위와 굴 통과하기

야스이곤피라궁은 교토의 수많은 관광지에 비해 규모가 작고 아담한 편입니다. 하지만 그 유명세만큼은 여느 대형 신사 혹은 사찰 못지않습니다.

그리고 이곳 야스이곤피라궁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높이 1.5미터 정도 되는 커다란 바위입니다. 이 바위를 보기 위해 혹은 이 바위에게 소원을 빌기 위함이 이곳에 오는 주된 목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야스이곤피라궁에 있는 인연을 끊고 맺어주는 바위 사진입니다.
야스이곤피라궁에 있는 인연을 끊고 맺어주는 바위 사진입니다.
왼쪽 사진이 바로 그 바위의 사진이며, 바위에는 수없이 많은 종이 부적이 붙여져 있습니다.
오른쪽 사진은 바위에 수없이 많이 붙어있는 부적을 가까이에서 촬영한 사진입니다.
부적에는 본인이 직접 소원을 적어서 붙여두는데, 빨간색으로 표시된 부적에 ‘悪い縁を切って良縁に恵まれますように(나쁜 인연을 끊고, 좋은 인연으로 축복받기를)’라고 누군가 적어두었더군요.


이 바위는 본래의 형태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하얀 종이 부적들이 겹겹이 붙어 있습니다. 바위 아랫부분에는 성인 한 명이 겨우 통과할 만한 구멍이 뚫려 있는데, 이것이 바로 이곳의 핵심 의식인 ‘단연(斷緣)과 결연(結緣)의 구멍’입니다.

방법은 이렇습니다.

  1. 소원을 적은 종이(후다)를 들고 기도를 합니다.
  2. 바위의 앞에서 뒤로 구멍을 통과하며 “악연을 끊어달라”고 빕니다.
  3. 다시 뒤에서 앞으로 통과하며 “좋은 인연을 맺어달라”고 빕니다.
  4. 마지막으로 소원 종이를 바위에 붙입니다.

소원을 비는 방법은 위에 설명드린 것처럼 소원을 적은 종이 부적을 바위에 붙인 후, 바위 아래쪽 구멍으로 왕복으로 통과한다고 친구는 저에게 설명을 해 주었습니다.

그러나 제가 이곳에 도착한 후 한참 동안 사진 촬영을 하고 있었지만, 실제 바위 구멍으로 통과하는 사람들은 없더군요. 그래서 예전에는 사람들이 통과했었나? 아니면 상징적인 의미인 것인가? 라는 생각만 하고 있었습니다.

교토 이색 신사 야스이곤피라궁에 있는 바위 구멍입니다.
교토 이색 신사 야스이곤피라궁에 있는 바위 구멍입니다.
다소 작아보이는 구멍이지만, 어른이 엉금엉금 기어서 들어갈 수 있는 크기입니다.

그러던 중 함께 있던 제 친구가 조용히 어딘가로 가서 소원 부적을 들고 오더니, 아주 진지한 표정으로 바위 밑을 기어서 통과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모습을 본 주변 관광객들도 하나둘 용기를 얻었는지 너도나도 줄을 서서 바위 밑을 통과하는 진풍경이 벌어졌습니다.

처음에는 어른들이 좁은 구멍을 엉금엉금 기어서 통과하는 모습이 조금 남사스럽기도 하고 장난스럽게 보여 저는 구경만 했습니다.

수만 장의 부적이 덕지덕지 붙어 있는 바위의 모습은 때로는 신기하고 우스꽝스럽지만, 한편으로는 사람들의 간절한 염원이 응집되어 있어 그런지 약간 괴기스럽고 무서운 느낌을 주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만큼 많은 사람이 이곳에 자신의 고민을 내려놓고 갔다는 증거이기도 하겠죠.


5. 포스팅을 마치며: 교토 여행의 색다른 추천 코스

교토에는 화려한 금각사나 웅장한 청수사도 좋지만, 가끔은 이렇게 현지인들의 삶과 밀접하게 닿아 있는 이색적인 신사를 방문해 보는 것도 큰 재미인 것 같습니다.

야스이곤피라궁은 단순한 관광지를 넘어, 누군가에게는 절실한 해답의 공간이기도 합니다. 실제로 소원이 이루어졌다는 후기가 일본 전역에서 쏟아지는 곳이라고 하니, 여러분도 교토 여행 중 마음에 걸리는 무언가가 있다면 이곳에 들러보세요.

“나를 힘들게 하는 것들과는 작별하고, 나를 행복하게 해 줄 인연을 만나게 해주세요.”

이 짧은 소원 하나가 여러분의 여행과 일상을 더욱 가볍게 만들어 줄지도 모릅니다. 교토 이색 신사 추천, 야스이곤피라궁이었습니다!

방문 팁: – 부적을 붙이는 바위는 연중무휴 24시간 개방되어 있어 밤늦게 방문해도 그 기묘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습니다.

  • 교토 카와라마치역에서 기온 거리를 지나며 함께 둘러보기에 딱 좋은 코스입니다.
  • 교토 야스이곤피라궁 위치


야스이곤피라궁 순례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카와라마치역 근처에 있는 교자노오쇼(餃子の王将)에서 간단한 식사를 하고 고베로 돌아왔습니다.

다른 음식점도 많이 있었지만, 교토는 제가 잘 모르는 동네이며 식당을 잘못 들어갈 경우 가격에 기겁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평소에 제가 자주 잘가는 식당 체인점인 교자노오쇼에 들렀습니다.

교자노오쇼(餃子の王将)는 체인점이지만, 가격도 매우 적당하고 맛도 훌륭한 식당이기 때문에 실패할 확률이 적습니다.

교자노 오쇼에서 식사를 마친 후, 저는 다음에 다시 이곳에 방문하여 다른 신사 혹은 관광지를 방문할 것을 기대하며 고베로 돌아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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